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책인데 두께도 있고 왠지 읽는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읽고 실천해야 하는 내용으로 보이는데 그럴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시작하지 않고 있었다. 요즘 책을 읽고 있는 여세를 몰아-<Fly Daddy Fly>, <발로 차고 싶은 등짝>, <호밀밭의 파수꾼>, <양말도깨비> 1권-책을 펼쳤다.


책을 읽기 전에 박경철을 생각하면 안철수를 생각할 수 밖에 없고, 대체 이 시골의사는 요즘 뭐하고 있나가 궁금해졌다. 나무위키에서 박경철을 검색해보고 싶은 호기심에 휩싸였으나 그러면 선입견이나 편견이 생겨서 책을 읽는 동안 내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아서 멈췄다. (대신 뒷날개에 나온 블로그 주소가 blog.naver.com/dondodonsu이길래 돈오돈수를 검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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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해보니 역시 이건 내용을 읽고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되는-쓸모가 없는-책이다. 이런 류의 책들은 그냥 읽기만 하면 정말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천이 없는 지지리도 못난 인간이 될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 


읽는 모든 걸, 읽는 족족 실천할 자신은 없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한 섹션을 읽고 바로 바로 독후감을 쓰기로 했다. 이걸로 읽은 내용에 대한 생각이 좀 정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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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의 제목은 '당신은 지금 당신 삶의 주인인가!

1장의 제목은 '나를 찾아가는 시간'

첫번째 섹션의 제목은 '방황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파우스트 이야기를 꺼내며 결국 인간은 방황하더라도 그 방황이 노력의 산물인 이상 구원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방황하고 있다는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참 위로가 되는 내용이다. 


그리고 파우스트가 자신을 욕망을 위해 악마와 계약한 이야기. (몇 백년 전 이야기가 지금의 상황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는 걸 보니 고전의 힘은 대단하다)


사회 전체가 헬레나의 입술을 얻기 위해 악마와 계약한 파우스트 박사의 아바타가 되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나의 방황에 대해 위로 받고 잘못된 사회에 손가락질하다 보면 차가운 채찍이 날아든다.


고민과 방황은 마치 숨 쉬고 밥 먹는 것처럼 우리와 함께한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방황하며 노력하는 것, 주저앉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삶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다. 대신 노력하지 않는 방황이나 방종, 즉 욕망의 좌충우돌은 생에 대한 모독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며 황무지를 여행하는 것만이 진정한 방황이다. 그 과정에서 살이 찢어지고, 고름이 흐르고, 굳은살이 박혀 나무껍질처럼 단단해질 때, 비로소 온전한 내가 세워지는 것이다. 고민을 두려워 말자. 그리고 우리 마지막 순간까지 방황해보자.


'아, 방황이라고 생각하며 위로 받고 있었는데 사실 나는 게으른 걸 방황이라고 자기 합리화 하고 있었던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는 대목이다. 별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는데 나도 같이 껴서 파우스트가 받은 구원을 같이 받으려고 한 것 같아서 찔린다. (생에 대한 모독을 하고 있던 중에 본의 아니게 옆에 가만히 서 있던 파우스트까지 모독한 기분.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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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다리


1. 책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든다. 특히 목차의 디자인이-설계적 디자인과 시각적 디자인 둘 다-정말 좋다. 설계는 수신제가평천하를 생각나게 해서. 시작적으로는 색깔이랑 폰트, 그리고 오른쪽 하단에 대각선으로 빗금쳐져 있는 것.



2. 사실 <파우스트> 안 읽어봄 (여기에 메롱 이모티콘 넣고 싶은데 적절한 이모티콘이 없음)


3. '자기혁명'과 '나 경영'의 비슷함. 자기계발. "당신은 지금 당신 삶의 주인인가!"라는 프롤로그.사실 인간이 가장 control하고 싶은 대상은 자기 자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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