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는 두번째 이유는 기록하기 위해서다.


내가 느꼈던 감정, 내가 했던 생각, 내가 했던 일과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 기록하지 않으면, 붙잡아두지 않으면 다 흘러가고 빠져나가 결국 기억하지 못하게 될테니, 어딘가에는 흔적을 남겨놓고 싶다.


-


나에게는 hoarding하는 경향이 있다. 아빠는 항상 신문을 스크랩해두었는데 나중에 그 신문들은 10박스도 넘게 쌓였고 다시 보는 일은 없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다시는 보지 않았고 그닥 분류되어 있지도 않았으니 스크랩보다는... 다른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무섭게도 부모에게서 닮는 점들은 부분적으로 내가 골라서 닮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좋은 점도 싫은 점도 닮게 된다. 나는 아빠의 수집벽을 고스란히 가지고 왔다. 나도 신문을 모았다. 물론 다른 점은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그 신문을 분류했다는 정도다.


끝을 알 수 없는 양의 정보들이 온라인 상에 올라오기 시작하자 나의 수집벽은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나의 digital hoarding은 나의 네이버 블로그와 이메일 인박스, 페이스북, 그리고 휴대폰의 스크린캡쳐 폴더를 온갖 정보로 가득 채웠고 못 쓰는 곳으로 만들어버렸다. 


Hoarder들의 집처럼 내 디지털 공간들에서는 정작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들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게 되버린 것이다. 다 갖다버려야 되는데, 다 하나씩 보겠다며 버리지도 않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우리는 이사할 때마다 아빠가 10년 넘게 열어보지 않은 신문 상자들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내가 10년 넘게 모아온 이 정보들-네이버 스크랩, 페북 공유, 나에게 보내는 이메일, 휴대폰 스크린 캡쳐. 이걸 다시 보는 일은 잘 없다. 가끔 가다 정리해보려고 하지만 거의 손을 못 댄다. 그리고 모아지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매일 늘어난다. 어느 정도의 저장강박증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


-


이 블로그가 그렇게 못 쓰는 곳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록한다는 것은 능동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정보 저장은-저장 강박에 의한 거의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자동적인 행동일 경우에는 더더욱-기록이 아니다. 


이 블로그에는 내가 수집collect하는 것보다 만드는create 것들이 더 많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들이 잘 정리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필요할 때 정말 access할 수 있도록.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년 10월 23일  (0) 2019.10.23
2019년 8월 2일  (0) 2019.08.02
밤을 샜다.  (0) 2019.03.12
서러운 일  (0) 2018.04.11
블로그를 하는 첫번째 이유  (0) 2018.04.09

+ Recent posts